

프렌즈와 사인펠드는 90년대 말 NBC의 전성기를 이끈 시트콤이다. 프렌즈는 1994년에서 2004년까지, 사인펠드는 1990년에서 1998년까지 방영되었는데 전세계적인 인기도를 비교해봤을땐 프렌즈가 약간은 우위에 서는 편이다. (개인적으론 사인펠드를 더 좋아하지만)
프렌즈와 사인펠드는 많은 유사성을 띄는 동시에 많은 이질성을 띄기도 한다. 가장 큰 이질성이라면 프렌즈는 다정다감한 6명의 친구들의 유쾌하고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는 시트콤이라 하면, 사인펠드는 쿨하디 쿨한 4명의 친구들의 냉소적이면서도 건조한 모습을 보여주는 시트콤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인기도가 프렌즈>사인펠드가 된건 다 여기에 기인하지 않나 싶다.
프렌즈와 사인펠드는 제작 방식도 매우 다른 편이다. 프렌즈는 15~20명 가량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끊임없이 쇼에 실을만한 유머거리들을 쏟아내고, 그 중에서 제일 웃기는 컨텐츠만을 골라 쇼를 만들어낸다. 드라마의 품질은 보장되지만, 늘 평이한 수준의 웃음이 나올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사인펠드는 제리 사인펠드와 래리 데이빗 두 사람이 리드하여 쇼를 만들어낸다. 개성이 매우 뚜렷한 두 사람이다보니 가끔 작품을 볼때면 "아, 이건 딱보니 래리의 작품이고, 저건 제리의 작품이겠네." 하는 감이 오는 편이다. 이런 경우엔 쇼의 기복이 매우 심하다. 잭팟이 빵 터지는가 하면, 20분 내내 웃음 한번 안 나는 최악의 상황도 생겨나곤 한다.


그래도 유사점을 찾으라면 얼마든지 있다. 그 중 하나는 팍팍한 도시에서도 끈끈하게 유지되는 그들의 우정인데, 프렌즈의 경우 젊고 활기찬 6명의 친구들이 서로를 가족같이 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고, 사인펠드의 경우도 제리와 그의 친구들이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끈끈한 우정을 이어나가는 모습이다.
2000년대에 들어 프렌즈나 사인펠드같이 시청률도 높으면서 평단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코미디물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미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우정을 잃어버려서라고 생각한다. 쉽게 웃고 즐기고 행복해하던 90년대 사람들은 2000년대에 들어서자마자 9.11 테러, 이라크 전쟁등으로 하루하루 피로 속에 파묻혀 살게 되었다. 이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자기와 똑같은 환경(혹은 더 심각한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했다. 그로 인하여 비행기가 불시착하여 외딴 섬에 갇히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로스트)나, 도저히 혼자서는 해결할수 없을 사건을 제한된 시간 안에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한 수사관의 이야기(24), 상금을 따기 위해 외딴 섬에 갇혀살면서 서로를 공격하고 불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서바이버)들이 2000년대 미국 tv 문화를 주도하게 되었다. 실제로 시청률 조사 기관의 기록을 보면 90년대 치어스, 사인펠드, 프레이저와 같이 위트있고 재미난 이야기를 다루는 코미디물이 인기를 끌었던 반면, 2000년대 들어 로스트, 24, CSI같이 긴장감 넘치면서 떡밥이 난무하는 드라마나 서바이버, 아메리칸 아이돌같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리얼리티 쇼들이 인기를 끌게 되었다.
90년대 미국 사회라는 다소 독특한 상황에서 생겨난 이 두 개의 시트콤과 같은 작품을 더 이상 볼수는 없을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30락이나 빅뱅 이론같은 시트콤들이 많이 힘써주고 있지만 이들에 비하면 아직은 역부족이 아닌가 싶다.
ps. 프렌즈가 올해로 15년, 사인펠드가 올해로 20년이 된 시트콤이라니 믿겨지지가 않는다. 내가 미드게이짓을 시작한지는 고작 4년밖에 안됐는데;;;







덧글
EvertonFC 2009/12/17 05:00 # 답글
프렌즈 시즌 1를 지금 보면 재미있긴한데 확실히 과거 느낌이 나긴 나더라.근데 웃긴게 그 때 문화가 되게 옛날건데도 지금 꺼내서 봐도 웃긴 걸 보면
대단한 시트콤이란걸 느낌.
콘스탄틴 2009/12/17 17:18 #
진짜 미국 시트콤은 90년대가 킹왕짱이었던듯 프렌즈랑 사인펠드를 시작해서 치어스, 프레이저, 앨리맥빌, 레이몬드 등등등